본문 바로가기

BL/BL 소설

에보니 캐슬 리뷰 - 독특한 네임버스 세계관 + 압도적인 필력

 

 

 

 

 

 

 

작년 메가마크다운에서 구입한 책들 중 지금까지 제일 좋았습니다. 

리디 bl 시작을 wow(walk on water)로 하면서 압도적인 필력에 휩쓸려 가는 기분이였는데 

왠지 그때 생각이 많이 났어요. 

 

 

소설 전반의 은유와 비유, 회화적인 묘사, 느리게 치밀하게 얽혀가는 감정선, 독특한 세계관으로 

문학작품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단에 몰렸음에도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도화의 삶의 자세와

그러한 도화를 뒤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트리스탄의 사랑이 좋았습니다. 

 

 

 

아래는 자세한 감상으로 내용 대량 스포 포함합니다. 

 

 

 

 

세계관 

 

 

네임버스 세계관을 사용하는데 네임버스는 기본적으로 쌍방각인인데 에보니 캐슬에서는 일방적 각인 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사용합니다.  일방적 각인은 각인이 된 사람은 자신의 몸에 각인된 상대방과의 주기적인 (성적)접촉을 하지 않으면 몸에 마비가 오고, 소화능력도 떨어지면서, 주기적인 발작을 겪으며 결과적으로 천천히 죽어가는데 상대방은 각인이 되지 않아 멀쩡하게 잘 살 수 있는 그런 설정입니다(...)  사실 피폐물 되기 딱 좋은 설정인데 트리스탄이 다행히 선방해서 피폐물까지는 가지 않고 끝났습니다.

 

그럼에도 도화의 상황 자체로만 보면 꽤 피폐합니다.  일평생을 피아노에 전념하며 겨우 솔리스트로서 날개를 펴려고 하는데 각인이 되면서 손에 마비가 옵니다. 각인의 대상은 하필이면 귀족 신분에 숲 속에 은신해 있어서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겨우 만났더니 상대방에는 자신의 각인이 없으며 동성에는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딱 잘라 거절합니다. 

 

도화가 계속 찾아가면서 겨우 트리스탄의 마음이 바뀌어서 시험을 할 수 있는 일주일의 시간을 주지만 초반에는 거의 혐관에 가까운 관계라 몸도 마음도 상처를 받지만 본인이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 힘든 티도 낼 수 없습니다 (ㅠㅠ) 자신의 생명과 일생을 바친 직업이 각인의 상대에게 종속되어 있고 혼자서는 생존하지 못한다는 설정은 생각하면 할수록 피폐하네요.  

 

 

 

인물 

 

도화와 크리스탄은 삶의 배경이나 태도, 성적지향까지 양극단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네임이 아니면 이렇게 만날 일 자체가 없는 사람들인데 네임을 통해서 지독하게 얽히게 되면서 천천히 서로에게 감겨들게 됩니다. 

 

 

*수 : 연도화(이든 연) - 한국인 피아니스트. 유학 온 영국에서 노력 끝에 콘서트 피아니스트로 성공했을 때 네임이 발병해서 손이 마비되었고, 평생 맹목적으로 바라 온 모든 것을 잃었다.

 

*공 : 트리스탄 로크 - 유서 깊은 영국 후작가의 후계자이자 지주사의 CEO. 태어난 순간부터 온 국민의 사랑을 받았으며, 아름다운 외모로 유명하다. 일 년 전 예고 없이 모든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런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연도화(이든 연) 

 

 

도화는 한평생 피아노만을 연주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여유없는 가정형편으로 유학도 재단의 지원을 받아 와서 빈주먹으로 자신의 노력만으로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삶을 살았습니다. 이런 도화에게 일방적 네임이라는 저주와도 같은 운명이 찾아와도 포기하지 않습니다.

 

도화의 간절함에 마음을 바꾼 트리스탄이 '한평생 먹고살수 있는 돈'과 '치료 효과를 시험할 수 있는 일주일'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을때 후자를 선택하고, 트리스탄이 네임으로 상속 문제에 휩싸일 때 위험한 수술을 강행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지만 결정적일 때는 적은 가능성이라도 도전하는 승부사의 모습을 보입니다. 

 

 

 

트리스탄 로크

 

트리스탄은 도화와 반대로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주어졌지만 스스로는 어느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막대한 부와 명예를 뒤로 하고 숲으로 들어가지만 어느 날 자신의 인생에 뛰어든 도화로 인해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감정선 

 

 

네임 치료를 위해 둘 다 강제로 관계를 해야 하는데 트리스탄은 헤테로라 여자와만 경험이 있고 도화는 남자와 사귄 경험은 있지만 경험이 없어서 둘 다 동성과의 관계가 처음인 환장할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억지로 시작했던 관계속에서 두 사람의 변해가는 감정선이 매우 섬세하게 묘사되었습니다. 

 

1권에서 이런 대사를 친 트리스탄은 과잉진료하는 치과의사 같다는 평을 받을 정도로 2권부터 치료에 매진하게 됩니다 ㅋㅋㅋ

 

 

아마 여기서부터 트리스탄은 이미 감기기 시작한 듯 

사실 이 치료라는 것을 허락하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에 든 상태였겠죠  

 

제대로 된 변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트리스탄 역시 배운 사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화에게 트리스탄은 자신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

항상 눈치를 보게 되고 갑자기 시작된 적극적인 치료에도(...) 싫다는 표현 조차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2권에서야 트리스탄을 네임의 주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 보게되고

4권에서야(!) 트리스탄을 좋아하게 된 자신의 감정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지만 트리스탄과 자신의 계급/성별/네임 등의 현실적인 벽으로 

시작부터 끝을 직감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숨기게 됩니다. 

 

서로 좋아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던 마음들을 가진채

이든의 복귀 리사이틀이 다가왔습니다. 

 

 

 

 

이든이 패닉에 빠져 리사이틀 직전에 트리스탄의 앞에 무릎꿇을 때 가슴이 넘 아프고 

그럼에도 성공적으로 리사이틀에 성공할때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 장하다 ㅠㅠ

 

 

 

 

 

 

그리고 리사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대기실로 달려온 트리스탄에게 울면서

그동안 꾹꾹 눌러놨던 마음과 페일리 씨에 대한 질투를 처음으로 표현하는 이든 넘 사랑스럽다 ㅠㅠ

 

 

드디어 사귀게 된 두 사람!

 

처음에 두 사람을 억지로 엮었던 네임이

트리스탄에게는 소유의 증거(...), 불변의 약속을 의미하게 된 묘사는 조금 섬뜩하면서 좋았습니다(?) 

 

 

행복하면서도 위태롭던 둘의 관계는 상속 싸움에 이든의 네임이 이용당하게 되면서 

파국에 달하게 됩니다. 

 

자신의 수술에 트리스탄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이든은 만나고 함께한 모든 순간을 후회로 돌리는 거짓말을 하지만 

그럼에도 트리스탄은 아래와 같이 대답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한 번도 첫 번째가 아니였을지라도.

당신은 내가 살아온 삶에서 가장 빛나는 것이였어요.

당신을 사랑해요. "

 

아 진짜 도화도 울고, 트리스탄도 울고, 독자도 울고 ㅠㅠ

넘 으른스럽고 멋진 캐릭터에요 ㅠㅠ

 

 

 

수술 후에 도화를 찾아온 트리스탄. 

 

수술이 끝난 후 이 두사람에게는 더이상 보이지 않는 끈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어느샌가 침묵이 가라앉은 그들의 사이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트리스탄 ㅠㅠ

 

 

 

이제는 서로를 만나기 전의 삶에 돌아온 도화와 트리스탄,

그러나 트리스탄은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고

도화를 만나기 전처럼 다시 어디론가에 떠나고

나중에 그 소식을 알게된 도화는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합니다. 

 

이 후 도화는 중간 중간 트리스탄을 찾아다녔지만

의외로 트리스탄의 행방의 열쇄는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 2년 어쩔 ㅠㅠ)

도화는 그의 흔적을 찾아 트리스탄의 오두막에 찾아 옵니다. 

 

"이 초라한 오두막이 트리스탄 로크의 성이였다."

 

여기서 한번 더 오열 ㅠㅠ

 

그리고 도화는 이곳에서 찾은 마지막 힌트로 트리스탄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마무리

 

 

 

 

 

이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이든의 말러 3번에 대한 묘사와 거의 같았습니다. 

네임과 쉽지 않은 현실들의 여러 이슈들이 5권에 걸쳐 진행되는데 

그 과정을 거쳐 나오는 6권의 아다지오가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수술로 네임이 없는 상태로 돌아가 두 사람의 이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이든이 연주자로의 삶을 버릴 각오를 하고 트리스탄을 찾아가는 것이 좋았어요. 

그런 이든에게 트리스탄은 다시 뉴욕으로 가겠다고 합니다. 

 

 

더이상 네임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인 두 사람이 조금씩 양보해서 

한 해의 반은 같이 연주 여행을 하고

나머지 반은 이탈리아 마을로 돌아가서 지내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맞이 하게 됩니다. 

 

 

 

 

 

 

 

소설 Q&A 

 

Q. 작가님이 에보니 케슬을 쓰게된 계기가 궁금해요. / 작가님께서 에보니캐슬을 쓰게 되신 동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네임버스 설정을 생각하시고 에보니를 쓰게 되신건지도 궁금해요.

A. '장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글을 써 보고 싶었고, 음악 소재도 언젠가는 다루고 싶었고, 느리고 오래된 것들에 대한 글을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네임버스 설정에 대해서는... 트리스탄이라는 캐릭터를 움직이게 만드는 데는 굉장히 강한 에너지가 필요했기 때문에, 네임버스 세계관이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동기, 이유가 꼭 필요했습니다. 트리스탄은 다른 종류의 이야기에 들어가서 주인공이 되기에는 동력이 부족한 인물이죠. 도화와 도화에게 새겨진 네임이 아니었다면 트리스탄 같은 인물을 소설 속으로 끌고 오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Q. 도화는 이제 런던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건가요?트리스탄은 이탈리아 작은 섬에 아예 거주를 하는건지 ,, 트리스탄 이든 둘의 거주지 후일담이 궁금합니다!!
A. 둘은 (에필로그에서도 암시했듯이) 일 년의 반은 이탈리아의 트리스탄 집, 나머지 반은 도화의 집이 있는 뉴욕/해외 콘서트 투어를 다니며 보낼 예정입니다. 떨어지는 일은 없고 늘 함께 이동합니다. 계절이 정해진 건 아니고 매년 조금씩 다르긴 한데, 두 세상을 주기적으로 오가는 철새처럼요. 스코틀랜드 저택은 가끔 놀러갈 것 같습니다.

트리스탄과 도화는 서로가 있으면 어디든 크게 상관없기 때문에, 에필로그 즈음 둘의 일상은 안정적으로 해피합니다. (주변에서 보기엔 저렇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붙어있으면 재미있을까? 의구심을 가지는데 막상 둘은 무척 재미있는... 그런 연애일 것 같아요.) 트리스탄도 신분을 숨긴 상태로 도화의 콘서트 투어를 따라다니는 건 적성에 잘 맞습니다. 한때는 연인이 아니라 후원자 역할로 만족하려 했을 만큼, 음악하는 도화를 좋아하니까요. 도화도 레퍼토리를 연구하고 트리스탄과 율리시스와 함께 조용한 일상을 보내는 반년이 적성에 잘 맞고, 딱히 답답하다고 느끼진 않을 것 같아요. 서로를 위한 타협과 양보는 맞지만, 찾아낼 수 있는 해결책 중에서는 최선이었다고 봐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mengerisland.postype.com/post/10259684

 

에보니 캐슬 출간 기념 Q&A

먼저 좋은 질문을 많이 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정리를 마치고 나니 개별 질문이 650개(!) 정도 되더라고요. 전체를 읽어보고 랜덤으로 넉넉한 수를 남긴 후, 답변이 쉽지 않은 질문들은 넘

mengerisland.postype.com

 

반응형